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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rzan 특별 편집】 한 자전거, 두 선수, 하나의 리듬…키무라 카즈헤이·미우라 키아키가 만든 ‘탠덤’의 신뢰

누군가와 같은 목표를 향해 나아갈 때 말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같은 말을 주고받아도 뜻이 언제나 그대로 전달되는 것은 아니다. 서로 다른 경험과 감각을 가진 두 사람이 같은 방향을 바라보려면 끊임없이 확인하고 맞춰가는 과정이 필요하다.‘코칭(coaching)’이라는 말의 어원도 중세 시대의 마차에서 비롯됐다. 과거에는 고삐로 말에게 방향을 전달했다면, 오늘날 우리는 주로 말로 상대와 소통한다. Tarzan Web 연재 ‘그 사람의 곁에는 ’은 같은 목표를 향해 함께 달려온 두 사람의 관계를 결정지은 세 가지 말을 골라 각자의 시선으로 되짚는다.세 번째 주인공은 패럴사이클링 일본 대표 키무라 카즈헤이와 그의 파트너로 함께 달린 미우라 키아키다. 한 대의 자전거에 몸을 싣고 세계 무대를 누빈 두 사람의 관계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서로 다른 두 사람을 하나로 만든 세 가지 말

시각장애가 없는 사람이 시각장애인의 세계를 그대로 경험할 수 없듯, 시각장애인 역시 상대가 보고 있는 풍경을 똑같이 볼 수는 없다. 올림픽과 패럴림픽도 선수의 신체 조건에 따라 서로 다른 무대에서 열린다.하지만 그 경계를 넘어 두 선수가 함께 경쟁하는 종목도 있다.

패럴사이클링의 ‘탠덤’이다.탠덤은 두 명이 한 대의 자전거를 타는 경기다.앞에는 시각장애가 없는 ‘파일럿’이 앉아 핸들을 조작하고, 뒤에는 시각장애가 있는 ‘스토커’가 올라 함께 페달을 밟는다. 두 선수의 네 다리가 정확한 리듬으로 맞물리면 속도는 시속 70km에 육박한다. 1km를 약 1분 만에 주파할 만큼 빠른 경기다.

스토커를 맡은 키무라는 선천적 약시로 현재 시력이 약 0.04다. 탠덤 자전거 체험 행사에서 패럴사이클링을 접한 것이 선수 생활의 출발점이 됐다.파일럿 미우라는 프로 경륜 선수를 준비하던 중 탠덤 훈련을 돕게 되면서 이 종목에 빠져들었다. 두 사람은 2021년부터 호흡을 맞췄고, 이듬해 일본 기록을 새로 썼다. 2024년 파리 패럴림픽에서는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던 일본 기록을 다시 단축하며 6위에 올랐다.

시속 70km에 가까운 속도로 달리며 1000분의 1초를 다투는 세계.

개인으로 싸우는 경륜과 둘이서 도전하는 탠덤. 맑은 눈과 약시, 프로와 학생. 경기력도 입장, 그리고 신체조건도 다른 두 사람은 어떻게 관계성을 구축해 왔는가. 두 사람에게 ‘현재 관계성을 형성한 3가지 말’을 물었더니, 다음 말이 올랐다.

1.“탠덤이 좋다”
2.“납득할 수 없는 건 하지 않아도 된다”
3.“둘이 즐기는 게 가장 중요하다”

두 사람이 한 대의 자전거 위에서 쌓아온 신뢰는 이 세 문장에 담겨 있다.

승부를 가르는 것은 약 45도까지 치솟은 트랙의 경사면을 얼마나 과감하게 공략하느냐다.

 

“탠덤이 좋다”

먼저 손을 내민 파일럿

키무라: “보통 탠덤에서는 스토커가 파일럿에게 먼저 파트너가 돼달라고 부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탠덤 파일럿만 전문적으로 하는 선수는 드물거든요. 대부분 경륜이나 로드레이스처럼 본인이 주력하는 종목이 따로 있습니다.그래서 당시 대학생이었고 경륜 선수를 준비하던 미우라가 먼저 ‘패럴사이클링 파일럿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을 때 놀랐어요. 실제로 함께 자전거를 타보니 말이나 행동에서 정말 ‘탠덤을 좋아하는구나’라는 게 느껴졌습니다. 그게 무척 기뻤어요.”

미우라: 원래 탠덤 을 타는 것 자체를 좋아했습니다. “원래부터 탠덤 자전거를 타는 것 자체는 좋아했습니다. 하지만 같은 자전거 경기라도 경륜과 탠덤은 사용하는 근육도, 필요한 기술도 상당히 달라요. 처음에는 경륜 실력을 높이기 위한 훈련의 하나로 생각했습니다.그런데 키무라와 실제로 함께 달리기 시작하면서 생각이 달라졌어요. 단순히 누군가를 돕는다는 느낌을 넘어 탠덤이라는 경기 자체가 가진 깊이와 재미에 점점 빠져들었습니다.”

——키무라 선수는 이미 국제무대 경험이 많았습니다. 당시 대학생이었고 국제대회 경험도 없었던 미우라 선수와 호흡을 맞추는 데 고민은 없었나요?

키무라:“미우라와 함께하겠다고 했을 때 ‘학생보다는 이미 실적이 있는 경륜 선수와 타는 게 낫지 않겠느냐’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하지만 저는 파트너를 고를 때 기술이나 경력을 가장 먼저 보지 않습니다. 그 사람이 정말 탠덤을 좋아하느냐가 더 중요해요.탠덤에서는 자전거의 모든 조작을 파일럿에게 맡겨야 합니다. 뒤에 앉은 스토커는 말 그대로 자신의 목숨을 상대에게 맡기는 셈이에요. 그래서 ‘이 사람이라면 믿을 수 있다’고 느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좋아한다’는 마음은 기술보다 앞에 있는 가장 단단한 바탕이라고 생각해요. 그 마음을 공유하는 것부터 시작입니다. 먼저 손을 내밀어준 미우라와 함께 달리기로 한 것은 저에게 아주 자연스러운 선택이었습니다.”

자전거의 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전적으로 앞에 앉은 미우라의 몫이다. 서로를 향한 믿음 없이는 성립할 수 없는 경기다.

뒷좌석에 앉은 키무라는 공기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해 몸을 최대한 낮춘다. 이 자세에서는 앞의 풍경도 거의 볼 수 없다.

“납득할 수 없는 건 하지 않아도 된다”

두 사람이 함께 넘은 부상의 공포

미우라:“처음으로 세계대회에 나서기 3개월 전, 낙차 사고로 어깨의 대결절이 골절됐습니다. 골절 자체가 아주 드문 부상은 아니지만 저에게는 선수 생활 중 가장 큰 부상이었어요.그 일을 겪은 뒤 자전거를 타는 것 자체가 무서워졌습니다. 복귀해서 훈련할 때도 두려움 때문에 코너에서 자꾸 바깥으로 밀려났고, 스태프에게는 ‘더 안쪽으로 파고들어야 한다’는 말을 들었어요. 머리로는 이해했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았습니다. 그게 정말 답답했어요.”

키무라:“그 상태에서 다시 탠덤에 올라타는 것 자체가 정말 무서웠을 겁니다. 경기 영상을 분석하고 주변 사람들의 조언을 듣는 것도 물론 중요해요.하지만 실제로 자전거를 타는 사람은 결국 우리 둘입니다. 그래서 데이터나 이론만큼 실제로 달리는 우리가 느끼는 감각도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이론적으로 맞는 방법이라고 해도 자신의 몸과 마음이 거부한다면 억지로 할 필요는 없어요. 서두르지 말고 지금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나씩 쌓아가자고 둘이 계속 이야기했습니다.”

미우라:“자신감을 잃고 있을 때 뒤에서 키무라가 ‘괜찮아, 괜찮아!’, ‘자전거 안 흔들리고 있어’라고 계속 긍정적인 말을 해줬어요. 정말 큰 힘이 됐습니다.
저 혼자서는 알아차리지 못했던 좋은 부분을 키무라가 알려줄 수 있었던 것도 같은 자전거를 타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다친 사람은 저 혼자였지만 두려움을 마주하고 다시 넘어서는 과정은 둘이 함께했습니다. 키무라가 없었다면 저는 아예 자전거 경기를 그만뒀을지도 몰라요.”

탠덤은 앞뒤 페달이 서로 연결돼 있다. 한쪽의 리듬이 조금만 흔들려도 기록에는 큰 손실로 이어진다.

두 사람은 서로가 가장 좋은 힘을 낼 수 있도록 자전거 위의 위치 역시 함께 찾아간다.

“둘이 즐기는 게 가장 중요하다”

즐거움이 기록을 만드는 이유

키무라:“처음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바뀌지 않은 생각입니다. 둘 다 진심으로 즐기지 못한다면 의미가 없어요.단순히 ‘즐겁게 하자’는 감정적인 이야기도 아닙니다. 빨리 달리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건이에요.탠덤에서는 상대를 완전히 믿지 못하면 자신의 한계까지 힘을 끌어낼 수 없습니다. 저는 즐겁다고 느끼는데 상대는 무섭다고 느끼고 있을 수도 있잖아요. 그런 차이를 그대로 둔 채 달리면 기록도 좋아질 수 없어요.그래서 저희는 늘 ‘지금 둘 다 즐기고 있는가’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두 사람이 함께 즐기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미우라:“아무리 작은 위화감이라도 그냥 넘기지 않고 말로 꺼내 공유하는 겁니다. 서로의 감각이 다르다는 걸 알아차리는 순간부터 진짜 대화가 시작된다고 생각해요.키무라와 저는 신체 조건도 다릅니다. 그래서 자신이 무엇을 느끼는지 최대한 구체적으로 말하고 서로 맞춰가는 과정이 필요해요.실제로 달리는 시간은 굉장히 짧습니다. 오히려 한 번 달린 뒤 움직임을 되짚고 원인을 분석하는 데 훨씬 많은 시간을 씁니다.”

키무라:“많은 스포츠는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끌어내면 좋은 결과로 이어집니다. 하지만 탠덤은 조금 달라요.두 사람이 한 대의 자전거를 타기 때문에 제 움직임도 항상 상대를 고려해야 합니다. 파일럿의 조작을 방해하지 않도록 제 움직임을 계속 조절해야 해요.”

미우라:“그런 제약이 오히려 탠덤의 재미라고 생각합니다.계속 이야기를 나누면서 둘만의 주행을 함께 만들어가는 거죠. 한쪽만 바뀌는 게 아니라 바꾸려면 둘이 같이 바뀌고, 문제가 생기면 같이 고민하고 직접 시험해봅니다.누군가 한쪽의 방식에 다른 사람이 맞추는 것이 아니라 둘이 함께 만들어가는 것. 그게 탠덤의 본질이라고 생각해요.”

강도 높은 훈련 사이에 자연스럽게 번지는 웃음은 두 사람이 얼마나 탠덤을 즐기고 있는지 보여준다.

한 차례 주행을 마칠 때마다 자세와 감각에 어긋난 부분은 없었는지 꼼꼼하게 확인한다.

고속으로 달리는 만큼 갑작스러운 움직임은 자전거에도 큰 부담을 준다. 출발 전 기계 상태를 둘이 함께 세심하게 점검하는 것도 빠뜨릴 수 없는 과정이다.

패럴림픽 이후에도 계속될 두 사람의 ‘탠덤’

2028년 로스앤젤레스 패럴림픽에서는 탠덤 1000m 타임트라이얼이 정식 종목에서 제외된다. 이 종목을 주력으로 달려온 키무라와 미우라가 지금의 조합으로 다시 국제무대에 서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두 사람에게 함께 달린다는 의미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꼭 대회가 아니어도 된다. 언젠가 다시 서로 ‘함께 달리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면 그때 다시 자전거에 오르면 된다고 두 사람은 말한다.기록이나 순위보다 먼저 있었던 것은 함께 몸을 움직이는 즐거움이었다. 같은 자전거에서 페달을 밟고, 말과 몸의 감각을 주고받으며 하나의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경험이다.

‘탠덤이 좋다’는 마음에서 출발해 수많은 대화와 시행착오를 거치며 만들어진 신뢰는 두 사람의 무대가 달라진다고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미우라는 경륜 선수로 또 다른 도전을 이어가고, 키무라는 새로운 파트너와 다시 세계 무대를 바라본다. 함께 달리는 모습은 달라질 수 있지만 한 자전거 위에서 배운 신뢰와 소통은 앞으로도 두 사람의 선수 생활에 남아 있을 것이다.

경륜과 탠덤은 전혀 다른 경기다. 그렇기 때문에 탠덤에서 얻는 것도 많다고 미우라는 말한다.

세계 곳곳을 함께 달려온 두 사람이 앞으로 어떤 길을 선택하더라도 그 다음 행보가 기대되는 이유다.

키무라 카즈헤이 선수(왼쪽)와 미우라 키아키 선수(오른쪽).

【Tarzanweb.jp】

웹 미디어 ‘Tarzan Web’은 잡지 창간 이후 축적해온 근거 있는 정보를 웹 특유의 가볍고 친근한 방식으로 매일 소개한다. ‘Best Answer for Well-Being’을 슬로건으로 건강하고 편안한 삶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는 다양한 정보를 전하고 있다.

TEXT:Junki Shibata (kontakt)
PHOTO:Asuka Ito
EDIT:Takashi Ayukawa (Tarzan)

  • 패럴사이클링
    키무라 카즈헤이

    1996년생. 홋카이도 오비히로시 출신. 라쿠텐 소시오 비즈니스 소속으로 패럴사이클링 MB 클래스(시각장애) 일본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2018년 패럴사이클링 트랙 세계선수권을 통해 처음 국제대회에 출전한 뒤 여러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 도쿄 2020 패럴림픽에서는 예비 선수로 선발됐으며, 2022년 제10회 아시아 패럴 트랙 사이클링 선수권대회에서는 출전한 3개 종목에서 모두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24년 파리 패럴림픽 1000m 타임트라이얼에서는 6위에 올랐다.

  • 미우라 키아키

    2001년생. 이와테현 출신. 고등학교에서 자전거 경기를 시작했다. 니혼대학교 문리학부를 졸업한 뒤 일본 경륜 선수 양성소에 입소해 제127회 후보생이 됐다.2021년부터 키무라 카즈헤이의 파일럿으로 호흡을 맞췄고, 이듬해 열린 전일본선수권 1000m 타임트라이얼에서 일본 기록을 세웠다. 2023년 아시아 패럴사이클링 선수권에서는 탠덤 3관왕에 올랐으며, 2024년 파리 패럴림픽에서는 키무라와 함께 1000m 타임트라이얼 6위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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