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2월 7일, J리그 개막을 앞두고 비셀 고베와 메이저리그 사커(MLS)의 인터 마이애미와 프리시즌 매치가 열렸다. PK 승부까지 이어진 경기에서 눈부신 활약을 펼친 것은 제프 유나이티드 이치하라 지바에서 새로 합류한 골키퍼 아라이 쇼타 선수였다. 리오넬 메시의 결정적인 슈팅을 막아냈고, PK전에서도 두 차례 슈팅을 저지했다. 이번 시즌 팀 최연장 선수로 합류한 그는 어떤 활약을 기대하고 있을까. 인터 마이애미전 회고와 함께 앞으로의 전망을 들어보았다.

——이번 시즌부터 비셀 고베에 합류했는데, 인터 마이애미전이 사실상 첫 공식 무대였습니다. 어떤 마음으로 경기에 임하셨나요?

오키나와 캠프부터 팀 적응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준비해왔습니다. 이번 경기는 실전 감각을 점검하고, 팀 동료들과의 연계나 자신의 컨디션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상대팀에는 세계적인 선수들이 있었는데, 메시는 물론 결정적 장면에서 선방하며 큰 활약을 보였습니다. 경기 중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나요?

상대가 어떤 전술을 쓰고, 어떤 플레이를 할지 어느 정도 예상하며 경기에 임했습니다. 하지만 메시가 후반부터 출전했을 때 경기장의 분위기가 바뀌는 모습에는 놀랐습니다. 관중석은 물론, 그라운드 위 상대 선수들의 눈빛도 달라지고, 순간적으로 스위치가 켜지는 느낌이었죠. 경기 흐름을 단번에 바꾸는 ‘게임 체인저’란 바로 이런 선수구나 실감했습니다. 무엇보다 대단했던 건, 그의 플레이 하나하나였습니다. 예상한 움직임과 달리 전혀 다른 플레이를 하거나, 생각지도 못한 위치에서 갑자기 나타나기도 합니다. 드리블을 할 줄 알면서도 막을 수 없는 상황이 많았죠. 그런 슈퍼스타의 슛을 막아냈다는 건 저에게 큰 자신감을 주었습니다.

——PK전에서는 눈부신 활약을 보여주셨죠. 어떤 마음가짐으로 임하셨나요?

솔직히 “이제 내 차례다!”라는 기분이었습니다. PK 상황만큼 골키퍼가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순간은 없으니까요. 처음 맞붙는 상대였기에 세밀한 분석은 하지 못했지만, 상대의 시선 처리나 모션, 스텝의 속도 등을 보며 어느 정도 방향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또 상대의 리듬에 자연스럽게 맞춰 들어갈 수 있었던 것이 선방으로 이어진 것 같습니다.

——이번 시즌부터 비셀 고베에 합류해 직접 겪어보니, 어떤 팀이라고 느끼셨나요?

선수 개개인의 기량이 굉장히 높습니다. 공격에서는 개인 능력으로 경기의 흐름을 바꿀 수 있고, 수비에서도 쉽게 뚫리지 않습니다. 그 근본에는 ‘훈련의 질’이 있습니다. 연습 단계에서부터 요구되는 수준이 상당히 높아요. 그 수준에 도달하지 않으면 경기에 나설 수 없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선수들이 성장하고 팀 전체가 강해지는 구조입니다. 중요한 건, 이런 훈련 강도가 감독의 지시에 의해서가 아니라 선수들끼리 서로 높은 기준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예전에 제가 소속돼 있던 가와사키 프론탈레와 닮아 있더군요. 이 팀에 와서, 가장 중요한 건 선수들의 ‘태도’라는 것을 다시금 느꼈습니다.

——팀 내 최고참으로서, 어떤 역할을 맡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비록 새로 합류했지만, J리그에서 오랜 기간 뛰어온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목소리를 내서 팀을 북돋우는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아무리 강한 팀이라도 시즌 중에는 어려운 순간이 찾아옵니다. 그럴 때일수록 더 큰 목소리로 서로 소통하며, 앞을 향해 나아가는 팀을 만들고 싶습니다. 동료들에게 “좀 시끄럽다”는 말을 들을 정도가 딱 좋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경기 중에 목소리를 내는 건 굉장히 중요합니다. 동료들과의 커뮤니케이션뿐 아니라, “그 공간 제대로 커버해!”와 같은 한마디가 상대 선수를 긴장하게 하거든요. 골키퍼의 역할은 단순히 골을 막는 것만이 아닙니다. 저는 ‘큰 목소리’도 제 강점 중 하나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수비라인 뒤에서 팀을 든든히 지탱하고 싶습니다.

——J리그의 최전선에서 오랫동안 활약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인가요?

최근 2~3년 사이에 몸의 작은 이상에도 훨씬 예민해졌어요. “이쪽 움직임이 평소보다 좀 둔한데”, “오늘은 뭔가 느낌이 다르다” 이런 신호를 느끼면, 그 부위를 집중적으로 마사지하거나, 아이싱을 하면서 부상을 미리 예방하려고 합니다. 덕분에 꾸준히 훈련을 이어갈 수 있었고, 지금 이 나이에도 현역으로 뛸 수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부상을 피하기 위해, 아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을까요?

무엇보다 스트레칭이 정말 중요합니다. 몸을 유연하게 만들어야 해요. 제가 중학교 3학년 때 고등학교 입시 테스트를 받으러 갔는데, 주변 친구들의 몸이 정말 유연하더라고요. 물어보니 매일 시간을 들여 스트레칭을 한다고 해서,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었죠. 그때부터 저도 매일 스트레칭을 시작했습니다. 골키퍼는 전신을 사용하는 포지션이라 손끝까지 세심하게 관리해야 합니다. 스트레칭은 나이나 성별에 상관없이 누구나 할 수 있는 운동이기 때문에, 오늘부터라도 꼭 실천해보셨으면 합니다.

——축구를 통해 어떤 미래를 만들어가고 싶나요?

많은 사람들에게 목표가 될 수 있는 존재가 되고 싶습니다. 아이들이 꿈이나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향해 노력하는 과정은, 인생에서 매우 소중한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에게도 아들이 있는데, ‘아들이 자랑스러워할 아버지이자 닮고 싶은 선수’가 되고자 하는 마음으로 경기에 임하고 있습니다. 제가 축구하는 모습을 보고 단 한 명의 아이라도 “나도 노력해야겠다”고 느낀다면, 그것보다 더 큰 기쁨은 없을 것입니다.

——골키퍼라는 포지션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일본에서는 여전히 공격수가 더 인기가 있지만, 독일에서는 골키퍼를 꿈꾸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현대 축구에서는 골키퍼가 직접 전진해 볼을 처리하거나, 전방으로 롱패스를 보내 플레이메이커 역할도 수행합니다. 활약의 폭이 점점 넓어지고 있는 것이죠. 또한 인터 마이애미전처럼 PK전에서는 골키퍼가 독무대가 됩니다. 평소에는 눈에 띄지 않더라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마지막 보루로 반드시 등장합니다. 빅세이브의 가치는 공격수가 한 골을 넣는 것과 맞먹는다고 생각합니다. 꼭 도전해 보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올 시즌 목표를 말씀해 주세요.

우선 경기에 꾸준히 출전할 수 있도록, 훈련에서 적극적으로 어필하며 컨디션을 유지하고 싶습니다. 물론 마에카와 선수라는 강력한 경쟁자가 있지만, 지지 않고 제 강점을 최대한 보여주고 싶습니다. 무엇보다 우승하는 팀의 일원이 될 수 있다면 정말 기쁠 것 같습니다.

가와사키 프론탈레 시절, 리그와 컵 대회를 모두 제패한 경험이 있는 아라이 선수. 팀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앞으로 나아가야 할 순간마다 그의 목소리가 피치를 울린다. 강한 팀의 조건을 잘 아는 아라이 선수이기에, 비셀 고베의 팀 전력을 한층 끌어올려 줄 것임이 분명하다.

INTERVIEW : 와다 코다이
PHOTO : 히로미 오쿠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