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장에서 활약하는 최정상급 선수들의 모습을 보면, 자연스럽게 그들이 애용하는 아이템에도 관심이 생긴다. 일상적인 아이템 속에서도 그 선수만의 ‘개성’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가능하게 하는 힌트가 바로 그 안에 있을지도 모른다. 이번에는 프로 서퍼 무라카미 슌의 애용품을 살펴보자.

좋은 파도를 찾아 항상 감각을 곤두세우며 전 세계를 자유롭게 누비는 프로 서퍼 무라카미 슌. 초등학교 시절 서핑을 접한 뒤 수많은 대회에서 성적을 남겼다. 하지만 2023년, 그는 돌연 콘테스트 출전을 잠정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그 이유는 오래전부터 원하던 프리 서핑으로의 전향과, 서핑의 순수한 즐거움을 평생 추구하겠다는 결심 때문이다. 그의 애용품 대부분이 블랙으로 통일된 점에서도, 무라카미의 확고한 성격을 엿볼 수 있다.

“물건에 크게 집착하는 편은 아니지만, 복잡한 것을 싫어해 주변은 주로 검정이나 흰색으로 통일하는 편입니다. 평소 짐도 최소한으로만 갖고 다니는 타입이에요.”

그렇게 말하는 무라카미의 가방에는, 단순하지만 그의 ‘스타일’이 담겨 있다.

먼저 두 대의 필름 카메라. 본인은 취미가 많지 않다고 하지만, 최근에는 어디를 가든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자신이 본 풍경을 사진으로 남기는 데 푹 빠져 있다고 한다. 피로 회복을 위한 마사지건은 스포츠 선수들 사이에서도 필수 아이템이다. “딱 맞는 형태를 찾다가 우연히 발견했다”는 선글라스는 강한 자외선을 차단해주는 든든한 동반자다. 시계와 가방은 익스트림 스포츠를 지원하며, 스타일리시한 디자인으로 탄탄한 팬층을 가진 닉슨(Nixon) 제품이다. 한편, 보습크림이나 클렌징 같은 스킨케어 제품이 없는 이유에 대해 그는 “신경 써야 할 나이가 됐지만, 귀찮아서…”라며 장난기 섞인 솔직함을 드러냈다. 다만 주변의 권유로, 자외선 차단제는 차량 안에 두게 됐다고 한다. 프로 서퍼이자 자연을 사랑하는 무라카미 슌의 이미지를, 그의 개인 소지품에서도 엿볼 수 있다.

(왼쪽에서 시계 방향) 백팩/NIXON, 헤드폰/Bose, 선글라스/Saint Laurent, 시계/전부 NIXON, 마사지 건/HYPERVOLT, 캡/전부 NEW ERA, 카메라(위) “GR1”/RICOH, 카메라(아래) “NIKONOS”/Nikon

픽업 아이템

경기라는 틀에 얽매이지 않고, 삶을 통해 자신만의 매력을 보여주는 무라카미. 그의 소지품에서도 그런 성격이 잘 드러난다. 마치 말없는 장인처럼, 자신을 믿고 끊임없이 연습하며 스스로 길을 개척해 나가는 모습이다.

“더 스릴 있는 파도에 도전하는 프리 서핑은 당연히 위험이 높습니다. 하지만 난이도 높은 튜브를 뚫고 나가는 순간만큼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쾌감을 느낄 수 있어요. 욕심은 끝이 없어서 퍼포먼스에 ‘만족’이라는 끝도 없습니다. 원래 사람이 많은 곳을 선호하지 않고, 혼자 자유롭게 있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성격적으로도 환경적으로도 지금이 더 잘 맞는 것 같아요. 앞으로는 경기의 승패만이 아니라, 영상 스트리밍 등을 활용해 제 나름의 도전을 전 세계 사람들이 볼 수 있게 하고 싶습니다.”

TEXT:Keisuke Honda
PHOTO:Ryo Kuzuma
EDIT:Yohsuke Watanabe(IN FOCUS)